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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돌봄 준비 (금전대비, 형제분담, 정기검진)

by 부모케어연구원 2026. 2. 26.

일반적으로 부모 돌봄은 큰 사고나 중대한 질병 진단 이후에야 시작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은 조금 달랐습니다. 작년 아버지의 암 진단을 받기 훨씬 전부터, 부모님 전화에는 “병원 간다”, “요즘 몸이 좀 힘들다”는 말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저 나이가 드셔서 그러시겠거니 하고 넘겼습니다. 동생이 어느 날 “형, 우리 미리 준비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물었을 때도 솔직히 저는 그 질문이 조금 이르다고 느꼈습니다. 괜히 앞서 걱정하는 것 같았고, 아직은 괜찮다고 믿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수술 후 농사일을 거의 못하시고, 어머니 혼자 모든 일을 감당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돌봄은 진단 이후에 시작되는 게 아니라, 이미 그 전부터 준비해야 하는 현실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부터 조금씩 준비하는 일이 결국 우리를 지켜준다는 사실을요.

형제간 금전 준비가 가장 시급했던 이유

동생이 미리 준비하자고 강조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돈 문제였습니다. “형, 우리가 항상 목돈을 들고 있는 것도 아니잖아.” 이 말이 핵심이었습니다. 부모님이 아프시면 병원비, 약값, 간병비가 갑자기 필요해집니다. 직장인이 갑자기 수백만 원을 마련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제가 알아본 결과, 실버 케어(Silver Care)에서 가장 큰 부담은 장기요양(Long-term Care) 비용이었습니다. 장기요양이란 고령이나 질병으로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분들에게 제공되는 요양 서비스를 의미합니다. 정부에서 장기요양보험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본인부담금이 서비스 비용의 약 15~20% 발생합니다. 실제 제도와 기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동생과 상의 끝에 월 10만 원씩 형제 공동 적금을 시작했습니다. 은행에서는 특정 목적 적금보다 일반 자유적립식 적금을 권했습니다. 목적은 형제끼리 공유하되, 상품은 유연한 구조로 두는 것이 좋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중도해지 부담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보험도 검토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이 70대 초반이셔서 실손보험 신규 가입은 현실적으로 어려웠습니다. 암보험과 치매보험도 비교했지만, 보험료 대비 효용을 따져보니 현금 저축이 더 현실적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보험이 만능 해결책은 아니었습니다. 나이가 높을수록 보장 범위와 보험료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부모 돌봄 비용 준비 체크리스트

  • 형제간 매달 일정 금액 공동 적금 시작
  • 장기요양보험 등급 신청 가능 여부 미리 확인
  • 부모님 명의 통장·자산 현황 파악
  • 응급 시 즉시 사용 가능한 예비비 300만 원 이상 확보

 

거리 때문에 못하는 건 형제 분담으로 보완하기

저는 부모님과 거리가 멀어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것이 늘 마음에 걸렸습니다. 다행히 동생이 서울에 살면서 아버지 정기검진에 동행해주고 있습니다. 솔직히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이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병원까지 챙겨줄 줄은 몰랐습니다.

동생은 “형은 돈으로 보태고, 나는 시간으로 보탠다”는 원칙을 제안했습니다. 이런 역할 분담을 ‘케어 셰어링(Care Sharing)’이라고 합니다. 형제자매가 각자 가능한 방식으로 돌봄을 나누는 구조입니다. 실제 연구에서도 형제간 역할이 명확할수록 돌봄 스트레스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됩니다.

저희 형제가 정한 역할 분담 원칙

  1. 동생: 병원 동행, 응급 상황 대응, 주 1회 이상 방문
  2. 저: 월 적금 부담, 병원비·약값 송금, 명절·생신 귀가
  3. 수술·요양원 등 중요한 결정은 반드시 공동 논의

처음엔 동생이 너무 많은 부담을 지는 건 아닌지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동생은 “형이 매달 보내는 돈 덕분에 나도 마음 편히 시간 쓴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나서야 ‘공평’이 아니라 ‘공정’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형제가 없는 경우라면 지역 돌봄 서비스나 요양보호사 지원을 미리 알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혼자서 모든 걸 감당하려다 보면 보호자가 먼저 지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화 통화와 정기검진 동행의 중요성

아버지가 아프신 이후 제 전화 패턴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잘 지내?”로 시작해 “응, 괜찮아”로 끝났다면, 지금은 “약은 드셨어?”, “병원 예약은 언제야?”, “오늘 힘든 일 없으셨어?” 같은 구체적인 질문이 늘었습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원격 돌봄(Remote Care)의 핵심은 규칙성입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정기적으로 건강과 생활을 확인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통화 요일을 고정하니 서로 잊지 않고 자연스럽게 습관이 되었습니다.

 

제가 실천 중인 원격 돌봄 방식

  • 매주 화요일·금요일 저녁 정기 전화
  • 병원 방문 후 영상통화로 설명 공유
  • 약 복용 사진을 가족 단톡방에 공유
  • 분기 1회 이상 직접 방문

특히 정기검진 동행은 정말 중요합니다. 의사 설명을 자녀가 함께 듣는 것만으로도 정보의 정확도가 크게 달라집니다. 부모님은 “별거 아니래”라고 말씀하시지만, 실제로는 관리가 필요한 경우도 많습니다.

 

결론: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부터 조금씩’

부모 돌봄은 거창한 결심으로 시작되지 않습니다. 작은 신호를 알아차리고, 작은 준비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시작됩니다. 형제가 있다면 역할을 명확히 나누는 것이 중요하고, 혼자라면 지역 자원과 제도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금전 준비도 한 번에 큰돈을 모으려 하기보다, 매달 가능한 금액을 꾸준히 쌓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화 한 통, 병원 동행 한 번이 나중의 큰 후회를 막아줍니다.

저 역시 아직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는 아닙니다. 다만 동생과 함께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아직 괜찮겠지”라는 생각을 “지금부터 조금씩 준비하자”로 바꾼 순간부터 마음이 훨씬 단단해졌습니다. 부모 돌봄은 두려움이 아니라 준비에서 시작됩니다. 오늘 작은 준비 하나만 시작해보셔도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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